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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고집군

3D 프린터기를 사다.

이전에도 포스팅을 했었지만 물건을 살 때 별 다른 비교없이 대충 마음에 드는 것을 사는 나완 달리 고집군은 비교에 비교를 해가며 물건을 산다. 그래서 난 보통 가게에 가서 직접 보고 사는 반면 고집군은 인터넷으로 사전 조사를 충분히 한 후 필요따라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직접 가게에 가서 산다.

 

[나와 고집군] - 현명한 소비자

 

 

몇 주 전 고집군이 "부이인~~~ 이리와봐요~~~" 라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날 불렀다.

 

위험 신호를 감지한 난 겨우 침착함과 먼 거리를 유지하며 "왜에?"라고 바쁜 척하며 대답을 했는데.. 굳이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 "많이 안 바쁘지~이?? 나 3D 프린트 살까하는데에~~"라며 옆에 앉는다.

 

여기서 게임 끝 ㅠㅠ

 

어차피 돈관리를 맡고 있는 건 고집군인지라 나의 결재가 필요하지도 않고 뭘 산다고 했을 때 내가 반대할 일도 없어서 그냥 '나 이거 살려고 해~'라고 말만 해도 되는데 굳이 브리핑을 해야되는 이유는 뭘까..

 

"내가 사려는 3D 프린터는 보급용으로 중국 제품인데 상당히 질이 괜찮더라고~ 내가 리뷰를 찾아봤는데에~~"

 

"지금 내가 하는 프로젝트에 3D 프린터가 있으면 좀 더 수월하게 일이 진행될꺼 같아~ 내가 이걸 어떻게 사용을 하려고 하냐하면~~"

 

"보통 배송비까지해서 400달러가 넘는데 내가 찾아낸 사이트에서는 배송비 포함 220달러 밖에 안한다?"

등등 자그만치 20분이 넘는 시간을 날 설득시키는데 허비.. (애초에 난 무조건 찬성이였는데..)

 

"그래에? 그럼 사야지!!"

라고 중간중간 적극적으로 '사!사라고!'라고 반응을 해줬지만 브리핑은 끝나질 않더라며..

 

그렇게 반쯤 영혼이 나간 채 브리핑을 듣고 나니 고집군은 만족한 표정으로 물건을 주문했다.

 

몇일 후 도착한 3D 프린터와 필라멘트(프린터로 물건을 만들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자재)를 바로 설치해서 테스트을 위해 고양이를 프린트해봤다.  

 

3D 프린터를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 신기해서 구경하다가 프린트하는 모습을 찍는 걸 까먹었다^^;

(2시간 넘게 걸리는 시간동안 사진따윈 까먹고 있었다지..)

기업용 3D 프린터기에 비해 표면이 좀 거친 편이지만 가격대비 프린트 질은 괜찮다고 고집군이 내내 강조를 했는데 내 눈엔 좋아보이더만 기업용은 얼마나 더 좋은건지.

 

그 후 3D 프린터는 고집군 책상위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더니 개인 프로젝트에 필요한 부품들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새삼 세상 좋아진 것을 느끼게 되었다.

 

고집군 개인프로젝트에 필요한 파트를 프린트 중.

(프린터기 왼쪽에 걸려있는 둥근 판에 감겨있는 플라스틱 실이 노즐을 통해 녹아나오며 입체적으러 물건을 만들어 내는 형식)

본인이 디자인한대로 제대로 프린트가 되고 있는지 확인 중인 고집군.

"혹시라도 학교에 필요한 파트나 모델이 있음 말해 내가 프린트 해줄께!"

라고 고집군이 말했는데 과연 내가 3D로 뭘 만들어달라 할 일이 있을런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