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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고집군

내가 비밀 한개 말해줄까?

얼마전 고집군의 할머니인 바바라와 13살 사촌 케일라가 브리즈번에서 멜번으로 여행을 왔었다. (빅토리아 주가 처음인 케일라를 위해 바바라는 70이라는 고령의 나이라 믿기지 않을만큼 하루하루를 꽉꽉채워 알차게 여행을 하시는 모습에 깜짝 놀랐었다)

 

 

케일라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춘기를 막 시작하는 13살짜리 남자아이. 사진 찍히는 걸 죽어라 싫어하고 들어가지 말라는 곳은 꼭 들어가봐야하며 왠만한 나무가 보이면 매달려야하는. 그래도 항상 선은 지키며 못땐(?) 짓을 해서 그리 밉지는 않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 케일라를 참으로 못마땅한 눈으로 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고집군.

 

자신의 평소 행동은 생각도 나지 않는지 케일라가 무언갈 할때 마다

"쟤 진짜 왜 저래" 라든가, "역시..." 라며 혀를 쯧쯧 차던 고집군.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갑자기 고집군이 나에게 막 오더니

 

고집군 : 나 비밀 하나 이야기 해줄까?

크럼지 : 뭔데 뭔데?

고집군 : 난 절대 남자애는 안가지고 싶어. 남자애는 Naughty!!!!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고집군을 보며 드는 생각. 니 자신을 알라!!

 

본인의 평소 행동을 망각하고 있었으니,,

 

 

#1. 땅을 파자!!!

 

몇 년전의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땅 파기 사건.

둘이서 바닷가에서 조촐하게 저녁을 먹고 앉아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하는 고집군. 처음엔 그럴려니 했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심상치 않은 기운이..

 

크럼지 :  너 뭐해?

고집군 : 땅파지.

크럼지 : 왜?

고집군 : 왠지 땅을 파고 싶어져서. 물이 나올 때까지 꼭 파야함!

크럼지 : .....

 

꼬박 반 시간을 넘게 맨손으로 1미터 남짓 되는 좁은 구멍을 파고파고 또 파서 결국 물을 본 고집군. 의기양양하게 사진 몇장 찍더니 다시 덮어버리는 넌 쿨한 남자.

 

 

 

#2. 내가 켤 수 있거든?

 

얼마전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산 고집군.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다기에 가르쳐 주려고 케이스를 여니,

 

고집군 : No No No No!! 내가 할꺼야.

크럼지 : 너 어떻게 하는 줄은 알어?

고집군 : 가만있어봐!! 내가 혼자서 알아낼 수 있거든? 쉿 쉿!!

 

             짜잔~ 나 혼자 할 수 있다니까. 이제 불만 붙이면 되지롱~

 

크럼지 : 근데 라이터는 왜 들고 오는데?

고집군 : 불 붙여야지.

크럼지 : 그거 라이터 필요없거든. 그냥 스위치만 돌리면 되는데..

고집군 : 쉿쉿!! 알고 있었어.

크럼지 : ......

 

 

 

등등.. 참으로 많은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 고집군.

 

내가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케일라는 사촌형인 고집군을 좋아하는 눈치. 관심을 끌려고 그러는 거 같은데 고집군은 그저 못 마땅하게만 보고 같이 안놀아주니 어찌나 안되보이던지.

 

펭귄 퍼레이드는 보는 곳에서도

 

고집군 : 우와 저기 언덕 위에 펭귄 두마리 있다. 저기저기.

케일라 : 저거 내가 아~~~까 전에 봤는건데.

 

 

 

고집군 : (귓속말로) 저거봐. 나한테 이길라고 지가 먼저 봤다하는거. 어이가 없네~

 

 

13살이나 26살이나 행동 패턴이 크게 차이가 없는 남자들.

그것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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