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덤벙거림은 올림픽 금메달 수준.
그래서 블로그에도 Clumsy (어설픈, 덤벙거림)이라는 예명을 쓰고 있다.
이렇게 덤벙거리고 깜빡을 잘하는 내가 선생님을 하고 있다는 걸 내 친한 친구들을 여전히 부정하지만.
오히려 이런 성격이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두는 걸로 ㅎㅎ
고집군에게도 나의 이런 끝없는 매력을 꾸준히 어필해왔었는데.
그때는 몰랐었다고 한다. 이렇게 끝도 없이 덤벙이인지는.
고집군을 처음 만나게 된 건 시티에 있는 펍.
함께 살던 친구가 초대되어 간 술자리에 따라 갔다 그곳에서 고집군을 만나게 되었다.
신나게 맥주를 마시고 2차로 다른 펍을 가던 중에 난 계단에서 넘어져서 크게 굴.렀.다.
그때만해도 고집군은 내가 술에 취해 넘어진 걸로 생각하고 엄청 날 신경써줬었지..
(고집군의 한탄: 그때 알았어야 하는건데..)
1,2년 굴러봤던게 아닌 난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신나게 술을 마셨고 그렇게 우린 친해져서 사귀게 되었다.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된 몇달 후.
고집군집에서 맛있는 걸 만들어 먹기로 하고 근처 마트에서 장을 봐서 집으로 가던 중.
나의 똘기가 발동!
고집군의 열쇠를 낚아채곤 "아하하하하하~ 내가 먼저 문 열꺼지롱!!" 하고 달려나갔는데..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앞으로 크게 굴러버렸다.
레깅스를 입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레깅스는 다 찢어지고 무릎이 붓고 피가 철철흐르는 대참사가!
그걸 뒤에서 보고 있던 고집군은 그저 황당할 뿐이였다고.
혼자서 열쇠를 가지고 까르르 웃으며 달려나가더니 앞으로 꼬부라져 구르는 걸 보니 이건 뭐지? 생각만 들더라는..
(고집군의 한탄: 이게 마지막 계시였는데 내가 무시해선 안되었어...)
지금 돌이켜보면 꼼꼼하고 조심성이 많은 고집군의 뇌는 이런 나를 이해하기 보다는 현실 부정에 가까웠던 듯하다. 그래서 가끔 "처음만난 날.. 그때 알았어야하는건데.. 이건 정말 상상밖이야.."라는 탄식을 뱉어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쩌겠어? 이미 너와 난 한가족이 된 걸! 이제 되돌릴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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