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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고집군

그때 알았어야하는데.. 2탄

이전에도 이야기했었지만 나의 덤벙거림은 올림픽 금메달 수준.

(2017/10/07 - [나와 고집군] - 그때 알았어야 하는건데.. )

넘어지고 구르는 것도 있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참으로 많다.

멜번 마이키카드는 꽤 자주 잃어버려 벌써 세번째 재발급을 받았고 하나 밖에 없는 우리집 우편함 열쇠를 잃어버려 고집군이 자물쇠 여는 툴로 열어서 우편함 열쇠를 교체했던 일도 가끔 일어나기도.

자기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고집군은 이런 내가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만 그래도 이젠 어느정도 받아들이는 편.

얼마전 고집군이 손가락만한 크기의 전자기판을 집에서 잃어버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못 찾고 있었다).

그때부터 고집군의 분노 레벨이 점점 올라가기 시작.

밤 11시부터 시작된 탐색은 새벽 4시가 되서야 끝이 났는데.

집안 구석구석을 포함하여 아파트 쓰레기들을 모아두는 쓰레기통까지 다 샅샅히 다 뒤짐.

이럴 때 난 구석에 조용히 피신을 해 있어야하는데 아니면 나에게 불똥이 튀기 때문.

신혼 초 "이렇게 생긴거 본적있어?" 라는 물음에 "으응? 잘 모르겠는데?"라고 대답을 했다가 무시무시한 잔소리를 들었던 적이 꽤 있다.

이번에도 역시나 "이렇게 생긴거 본적있어?"라고 묻는 고집군에게 "아니! 그거 본적없어!!"라고 단호히 대답.

하지만 만만한 고집군이 아니지. "100프로 확신함?" 난 그저 고개만 굳게 끄덕일뿐.

그리고 난 바로 침실에 들어가 잠이 들었고 고집군은 새벽 4시쯤에 전자기판을 모아두는 박스 구석에서 찾아냈다고 한다.

"고집군~ 뭐가 없어져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 언젠간 나오기도 할 꺼고 그거 없다고 세상이 끝나는건 아니지 않아?"

다음날 잠을 못자 얼굴이 퀭한 고집군에게 말하니 한숨을 푹 쉰다.  

"난 뭐가 없어지면 정말 세상이 끝날 것 같이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데 넌 어떻게 사는거야?"

"인생은 공수레 공수거라잖아~뭐 살다보면 물건이 없어질때도 있는거지"

"흠.. 다시 말하지만 니가 약혼반지 잃어버린 건 내 인생의 최대 위기였던 거 알지? 최소한 물건을 잃어버리지 말아야겠다는 마인드로 살아주라"

아.. 그렇다. 고집군이 청혼할 때 줬던 7부 다이아몬드 반지를 난 반년도 안되어서 잃어버렸다.

덕분에 우리의 결혼 생활은 초반 기싸움 할 것도 없이 고집군이 리드를 잡게.. 되었다는..

(여보 미안해ㅠ 근데 나 진짜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기억이 안나..)

고집군의 꼼꼼함을 그때도 알고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물건이 없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고집군에게 큰 의미가 담긴 약혼 반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심각한 일이였을 텐데..

그래도 결혼을 감행(?)해준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생 보답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