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 8년전 호주로 처음 왔던 그 때가 문뜩 떠오른다.
아는 사람도 없고 영어도 서툴렀던 그 때.
단지 벌레와 거미가 무섭다는 이유로 멜번을 택해 왔었는데 날씨가 생각보다 많이 쌀쌀해서 놀랐던 기억이.
그래서 인지 9월이 될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때가 있다.
일해서 모아놨던 돈으로는 학비를 냈던 터라 생활비는 내가 벌어서 썼어야했기에 호주 오기전에 오페어를 구하는 페이지에서 오페어 가족을 구해서 왔었었다.
(그 때 내가 오페어를 구했던 페이지: https://www.greataupair.com/)
오페어는 보통 같이 살며 방과 음식을 제공받고 일정시간 아이들을 봐주는 건데 오페어 가족의 방이 모자라는 바람에 따로 방을 구해서 일주일에 3-4일 베이비시터로 일하게 되었다.
호주에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집에 가서 인터뷰를 보고 일하는 것을 확정했었는데.
사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얼마를 받고 일하는지도 모르고 시작했던 기억이..
지금 생각하면 영어가 서툰 외국인에게 아이를 맡기다니 조금은 무모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항상 오페어 맘이 집에 있었던 지라 크게 신경을 안쓰고 날 고용했던 것 같다.
첫째 에스텔, 쌍둥이 둘째 아이리스, 쌍둥이 셋째 에드워드 그리고 엄마 재키와 아빠 탐.
(나중에 알고보니 둘다 의사에 엄청난 부자였던.. 그런데도 너무 검소해서 초반엔 몰랐었다;;)
매주 3-4일을 3년이 넘게 보다 보니 정이 많이 쌓여 내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마다 엄마 재키는 눈이 빨개지도록 울기도 했었고 내 결혼식에도 올 정도로 깊은 인연이 된 가족.
얼마전 우연찮게 처음 호주왔을 때 쓴 블로그 글을 봤는데 일하기로 한 첫날 늦잠을 자서 늦었다고 되어있는 걸 보니 나도 참 꾸준하게 덤벙거리는듯.
그때 쌍둥이는 아직 뱃속에 있고 첫째 스텔라가 1살 반 때였었는데 그때도 참 순하고 예뻤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흘러 4살이 된 에스텔은 특히나 나에게 영어를 가르쳐준 첫번째 선생님인데.
"You sound wrong. You should say ~"라고 대놓고 발음을 고쳐주던 똑 부러지던 아가씨가 벌써 4학년이라니 참 세월은 빠르다.
그러고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반년은 연락을 안했었는데 생각 난김에 전화 한 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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