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교사 생활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12.18 새학년을 조금 일찍 시작하다. (2)
  2. 2017.10.24 텀 4의 시작; 내년엔 누구와 일을 하게 될까?
2017.12.18 13:01

우리 학교에서는 작년부터 학년말에 Headstart (헤드 스타트)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다.

변화에 민감한 자폐아동들을 위해 내년 새학기가 시작되기 앞서 내년 새로운 교실에 가서 새 선생님과 반 친구들과 함께 한주를 같이 보내보는 것.

내가 맡게 된 반은 lower primary (저학년)반인데 5명의 기존 학생들과 1명의 새로운 학생이 있을 예정이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봤을 때 

1급 자폐 2명 (중증),

2급 장애 2명 (자폐가 확실하게 드러나나 의사소통이 가능)

3급 장애 2명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자폐 수준이 마일드한 편)

이렇게 총 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드스타트를 앞두고 학생 이름표도 만들고 교실 환경에 쓸 환경 게시물도 조금씩 만들면서 어렴풋이나마 어떻게 일주일을 보낼 것인가 구상을 해뒀었는데 큰 일이 터졌다.

이전에 교실을 썼었던 선생님이 반을 제대로 안비워줘서 그 전날 밤까지도 새로운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못해서 발을 동동 굴리게 되었던 것이다.

원래 안면이 있던 선생님이라 "교실만 비워죠! 청소는 내가 할께!"라고 말해뒀었는데..

그 전날 교실에 들어가보니 아직 그 선생님 물건이 바닥과 책상에 가득나와 있다.

내가 그 선생님의 물건을 정리해 줄 수도 있는 일이였지만 정작 본인은 깨끗하게 비워진 새로운 교실에 가서 자기 반 세팅을 하면서 보조 교사와 수다떨고 있는 걸 보니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거기다 "교실 옮기는거 뭐 도와줄까? 라고 하니 "새로운 교실 컴퓨터 좀 세팅해줘~"라는 말을 듣고선 내가 여기있어도 남 좋은 일만 시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3시간동안 기다리다가 아침에 대충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퇴근을 했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보니 깜짝 놀랄 반전이 생겼다.

돼지우리같던 반이 싹 다 비워져서 먼지 한점없이 깨끗하다!

더러운 교실을 어떻게 해야할까 출근길에 계속 고민을 했었는데 이렇게 깨끗한 교실을 보니 놀랍기만 하다.

어떻게 된건지 영문도 모른채 새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는데..

 

방과후에 들어보니 교장선생님이 지나가다 교실을 보고 대노를 하셔서 교장선생님, 부장선생님이 밤늦게까지 직접 반을 다 치우셨다고 한다.

'아무리 짜쯩나더라도 밤늦게 남아서 정리해줄 껄 그랬나.. '

후회가 계속 들었지만 나중에 교장선생님과 부장선생님과 이야기를 해보니

"너 잘못은 하나도 없고 교실을 제대로 안비운 선생님이 잘못한거니까 신경쓰지마! 본인은 깨끗하게 비워진 교실에 쏙 들어가서 자기 반 세팅하고 자기 쓰던 교실은 엉망으로 해놓은건 이기적인 거지!"

라고 해서 그나마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물론 그 해당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과 부장선생님께 크게 혼이 났다고 전해들었다..

 

이런 저런 일들로 쉽지 않은 시작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나마 무사히 첫 이틀을 마치고 나니 맥이 빠진다. 1년내내 감기에 안 걸렸었는데 딱 이틀하고 나서 바로 몸살감기가 와서 주말 내내 누워 지낸 걸 보니 스트레스를 생각보다 더 많이 받았었나 보다.

(이틀동안 나의 힘이 되어준 맥주!)

 

나머지 4일을 무사히 보내고 즐거운 방학을 맞이 할 수 있길 빌어본다 ㅠ

 

 

Posted by Miss Clumsy
2017.10.24 13:00

 

 

올해의 마지막 텀인 텀 4가 시작되고 이제 3주차가 되었다.

날도 점점 따뜻해지는 걸보니 여름이 오긴 오나보다.

 

학년말로 갈 수록 추워지는 한국과는 달리 호주에선 학년말이 될수록 더워지니 기분이 이상하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학기 말이 되면 내년에 어떤 학년을 맡을 것인지 무슨 업무를 할 것인지에 대해 눈치작전이 벌어지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듯하다.

4년마다 학교를 옮겨야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여기선 학교 사정과 본인의 의지에 따라 가능하다면 같은 학교에서 평생 일하는게 가능하다.

그래서 몇년동안 같은 학년을 맡는게 다반사지만 올해는 교장 선생님께서 대대적인 이동이 있을꺼라고 엄포를 놔서 그런지 분위기가 어수선한 편.

우리 학교는 Foundation (기초학년부)- Lower Primary (초등저학년부) - Upper Primary (초등고학년부) -Secondary (중고등부) 이렇게 네 개의 유닛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그중에서 내가 일하는 Foundation 즉 기초학년부는 만 3세부터 6세까지 학생들이 있는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5-6세 반으로 일반 학교로 치자면 Prep (프렙,0학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4개의 유닛 중에서 가장 기피되는 곳이 중고등부인데 아무래도 공격적인 성향의 중증 자폐아동들이 많은 편이고 거기다 사춘기까지 겪는 덩치는 어른만한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 스텝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그래서 다들 밑으로 내려오고 싶어하는데 올라가려는 사람은 없으니 교장 선생님이 엄포를 놓은것!

"최악의 경우에는 제비뽑기를 할 수도 있으니 중고등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나에게 꼭 알려줘!"

라고 전체 직원 회의에서 하셔서 전체 직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는..

내년 직원 계획이 곧 짜여질텐데 어떻게 될지는 한번 지켜봐야할 것 같다.

 

사실 우리 유닛에서 더 관심 있어 하는것은 내년 교사-보조교사의 조합인데.

보통 한반에 교사 1명 보조 교사 1명이 배정되는데 1년동안 아침 9시부터 4시까지 줄곧 붙어있어야 할 사이이니 다들 본인과 죽이 잘 맞는 사람과 한 팀이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텀 4가 되면 본인이 희망하는 학년이나 같이 일하고 싶은 보조 교사가 있으면 교장선생님이나 부장교사에게 요청할 수 있다. (그렇다고 100프로 되는건 아니지만.)

올 한해동안 우리반 선생님 트레이시와 난 아주 죽이 척척 맞았던 한팀이였기에 헤어지기 아쉬운 감이 있지만 이미 우리 유닛 부장 교사인 나탈리가 내년엔 모든 보조교사가 반을 옮겨야한다고 했어서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마당발 우리반 선생님 트레이시는 이미 내년에 본인이 같이 일하고 싶은 보조교사를 일찌감치 정해서 은밀하지만 강력하게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난 아직 짬밥도 없고 누가 나랑 일하고 싶다하면 감사한 상황이라 내가 고르고 말것도 없이 학교에서 정해주는 사람이랑 일을 하게 될 것같다.

아무쪼록 나랑 마음이 맞는 사람이랑 일을 할 수 있을 수 있도록 간절히 빌어봐야겠다 :)

 

Posted by Miss Clum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