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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고집군

신중해도 너무 신중한 남편

이사를 간 새로운 집 주방 찬장은 수납공간이 엄청 많은 장점이 있지만 제일 윗칸은 손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주방에서 쓸 수 있는 조그만 사다리를 사러 고집군이 제일 좋아하는 버닝스(호주의 대형 철물점)로 출발했다.

 

 

갈 때만해도 금방 사고 올꺼라 생각했는데 웬걸..

스마트 컨슈머인 고집군. 신중해도 너무 신중하다.

먼저 가격, 크기와 디자인을 확인하고.

얼마나 안정적인지 올라가도 보고.

선반에 진열되어 있는 모든 제품을 다 테스트해봤지만 통과된 사다리는 0이다.

위험하다. 이러다가 사다리 하나 사려다가 1시간 이상을 허비할 수가 있기에.. 비상상태 돌입!

설득에 나선 나.

"고집군! 여기서 싼 거 사서 대충 쓰다가 필요하면 더 좋은거 사던지 하면 되지~"

.....

대답이 없다.

그 침묵의 의미는. '내 마음에 드는 것을 꼭 찾고야 말겠다!'라는 다짐을 했다는 것인데..

 

직접 나무목재를 사서 사다리를 만들꺼라는걸 시간없음을 핑계로 겨우 말리고 나서도 몇백평이 되는 버닝스를 세네번 돌았다. 

돌다보니 결국 구석에 진열되어 있는 사다리를 발견했다

"이거 가격도 괜찮고 안전해 보이는데?"

오오오!! 그렇다고오?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30분 연장이니!! 자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되다!

이 사다리는 구석에 있는 거라 다 포장이 되어 있어서 직접 펼쳐볼 수 없었는데 이걸 꼭 사겠다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고 직접 펼쳐서 올라가보니 고집군이 고개를 끄덕한다.

"그나마 지금 본 것중에 제일 낫네 가격도 싸고. 이걸로 사자!"

+0+ 넵!!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는 큰일나니 곧바로 달려가 계산을 했는데 다행히 별말이 없는 고집군.  

집으로 가는 길에 고집군의 당당한 뒷모습을 보라.

차에 타서 폰을 확인해보니 1시간하고 1분이 걸렸다..

'여보.. 다음부터는 뭐 사러 올때 따로 가자 우리.. '

(물론! 마음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괜히 삐치면 더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